겨울냄새가 특별한 이유

In Journal, Urb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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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옷장 속 두툼한 외투는 이미 꺼냈다.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려고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는 히트텍도 입을까 고민 중이다. 외투, 히트텍 말고 겨울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가 있다. 바로 겨울냄새이다. 실내에서 갑자기 나갈 때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냄새 말이다. 청량한 바람, 마른 나뭇가지, 생긋한 귤. 일상 속에서 우리는 겨울냄새를 보고, 듣고, 맡는다.

 

그런데 겨울냄새는 왜 느끼는 걸까? 분명 다른 계절에도 각 계절에 어울리는 고유한 냄새가 있을 거다. 봄 대로, 여름대로, 가을대로. 그런데도 겨울냄새는 뭔가 <겨울냄새>라는 고유명사로 부르고 싶다. 그만큼 특별하다. 그래서 알아봤다, 겨울냄새가 특별한 이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잠깐. 지금부터는 겨울냄새의 비밀을 파헤치는 (많이) 진지하고 (많이 많이) 딱딱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겨울냄새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거나 남모를 애정을 가진 사람은 재빨리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웹페이지에서 나가주기를 바란다.

 

 

하나. 다가오기 힘들다

 

다가오기 힘들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냄새가 다가오기 힘든 이유는 ‘추위’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우리의 몸은 움츠러든다. 냄새도 똑같다. 사람처럼 기온이 낮아지면 냄새도 부피가 줄어든다. 반면, 질량은 변하지 않아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그 결과, 냄새는 기온이 높을 때보다 느릿느릿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거리의 강아지 똥 냄새든 앞서 걷는 사람의 향수 냄새든 나에게 다가오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애피타이저, 주메뉴, 디저트까지 싹쓸이한 자신이 어떻게 걷는지 생각해보자.

 

 

둘. 알아차리기 어렵다

 

설령 냄새가 나에게 다가왔다고 치자.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콧속을 두드려도, 코가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냄새 맡는 감각 기관 “후각 수용기”(biopsies of olfactory receptors)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가오기도 힘들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만큼, 겨울냄새는 희소하다. 몇 끼 굶다가 먹은 한 끼가 꿀맛인 것처럼, 맡지 못하다가 맡은 냄새란 상대적으로 귀하고 소중할 수밖에 없다.

 

 

셋. 공유할 수 있다.

 

겨울냄새는 희소한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사실 다양하지 않다는 속성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겨울냄새가 다양하지 않다는 말을 뒤집으면 바로 우리가 맡을 수 있는 겨울냄새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서로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비슷할 때, “맡는다”라는 개인의 경험은 공통의 것이 된다. 실제로 우리는 종종 겨울냄새를 맡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전부 당신의 겨울냄새가 다른 이의 겨울냄새와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가오기 어렵다, 알아차리기 어렵다, 공유할 수 있다는 등 구구절절 늘어놨다. 그러나 겨울냄새가 특별한 이유 따윈, 사실 필요 없을 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냄새라는 녀석이 특별한 이유를 알기 전부터 나에게 소중했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묘해지는 그 느낌이 좋으니까. 잊을 수 없는 그 사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이 떠오르니까.

 

그런데 갑자기 궁금하다. 당신에게도 겨울냄새가 특별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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