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집사 도전기_3

In Journal, Urb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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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변화시키는 식물

 

식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직접 식물과 가까이 지내고 생각을 글로 쓰기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마음은 식물은 ‘힐링’이라는 것이다. 기분이 울적해서 친구를 만났을 때 위로한답시고 주절주절 말하는 것보다 그냥 조용히 같이 있어주는 게 더 힘이 되는 것처럼. 책상 위에 놓인 화분 하나의 고요함이, 그 변하지 않는 모습이 존재 자체로 힐링이 된다.

근데 마음의 힐링은 그렇다쳐도, 화분 한 개가 실질적으로 우리의 건강에 체감할 수 있을만큼의 영향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이번에 소개할 식물 육성 게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기보다 ‘나’에게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들로 선정해봤다.

들어가기에 앞서 에디터 소개를 본 사람은 알다시피 나는 아주 회의적인 사람이다. 웬만해선 좋은 소리 잘 못하고,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못된 버릇은 (딱히 고치고 싶진 않지만) 잘 바뀌지 않는다. 처음 이 게임들을 접할 때도 그랬다.

 

‘같이’ 물 마시기

 

Plant Nanny는 솔직히 그래픽부터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식물 키우기 게임은 모름지기 ‘식물’ 디자인이 중요한데, 이건 그냥 그랬다. 내가 조작할 수 있는 옵션도 거의 없고, 일단 하루에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한정되어 있어서 답답했다.

이유인즉슨 내가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함’이라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 어플은 식물 키우기보다는 ‘물 알림’어플에 가까웠다. 내가 물을 마실 때마다 물컵 버튼을 누르면 식물도 그만큼의 물을 먹고 자란다. 깜빡 잊고 물을 안마시면 식물도 말라 죽는다. 몸무게를 기입해 내가 하루동안 먹어야하는 물의 양을 계속 체크해준다고 했다.

 

짧고 굵은 튜토리얼을 보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고작 이거 하나 키우겠다고 물을 먹을 내가 아니지. 별생각 없이 어플을 껐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계속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내가 설정을 4시간에 한 번으로 해놓은 건지 주기적으로 ‘식물이 말라가요,’ 라고 호소했다. 자기전에 알람을 꺼버리려고 게임에 들어가봤더니 세상 불쌍한 얼굴을 하고 있다. 괜히 미안해서 물 버튼을 눌러주고보니 식탁에 물이 있어서 한 모금 마셨다.

(오)물을 너무 안주면 저렇게 말라 죽는다

 

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계속 줄기차게 알람이 울렸다. 그냥 식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물을 줬다. 역시나 나는 딱히 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뚜레(내 식물 이름이다)는 혼자 무럭무럭 잘 자랐다. 뚜레가 물을 마시고 잘 자라는 걸 보니 괜히 입이 심심했다. 다이어트 중이라 간식은 좀 그러니까 물이나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아차 싶었다. 뚜레가 고도의 심리전으로 나에게 물을 먹고 싶게 한 걸까. (!!) 뜬금없이 물은 무슨. 괜히 똥고집을 부리며 물은 한모금 마시고 내려뒀다.

 

근데 웃기게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알람이 울리니까 물 생각이 났다. 일말의 양심 때문인지, 뚜레에게 물을 주면서 나도 은근히 물을 한 모금씩 마신 양만 해도 꽤 됐다. 코웃음을 쳐놓고 나도 모르게 계속 물을 마시고 있었다. 원래 물 특유의 비린(?)맛 때문에 물을 목구멍에 넘기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는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적응이 되서인지 물이 쑥쑥 들어갔다.

 

그래서 지금은? 뚜레는 이미 다 키워서 화단에 내놓고 다음으로 선인장 친구를 키우고 있다. 심지어 선인장도 거의 다 자라서 꽃 까지 폈다. 나는 꼬박꼬박 정량의 물을 마시지는 못하지만, 물을 줄 때마다 나도 물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을 마시게 된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이전에 아예 안먹던 때보다는 훨씬 낫다. 하여간 한 방울이라도 물을 더 마시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

 

‘걸어서’ 식물 해방하기

 

Pocket Plant는 켜자마자 귀여운 애들이 나와서 도와달라고 애교를 떨었다. 게임의 베이스는 ‘식물의 에너지로 공간을 정화시키는 것.’ 잠겨있는 식물을 해방시키면 오염된 땅이 점차 정화된다. 지저분한 것들을 모두 치우면 클리어! 다음 땅으로 넘어간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포인트는 세젤귀 식물 아가들이다. 하나같이 다 동글동글 예뻐서 캡쳐 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식물들을 심어놓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아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데, 이걸 수거해서 다른 식물들도 해방 시킬 수 있다. 사실 이 에너지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자수정’이다. 희귀식물이 생산해 내기도 하고, 퀘스트 보상으로 주기도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걷기’다.

포켓몬 고가 한국에 오픈했을 때 포켓몬을 잡으러 속초까지 돌아다녔던 나로서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컨텐츠일 수 밖에 없었다. 운동이라고는 숨 쉬기도 제대로 않는 내가 정말로 걷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출퇴근하면서 조금 걷는 것만으로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자수정을 보니 욕심이 났다.

아주 조금씩 걷는 양이 늘었다. 처음엔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버스를 갈아타지않고 집까지 걸어가는 정도. 어쩔 때는 몸이 좀 개운해서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걸어올라 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망의 할로윈이벤트가 오픈했다.

50걸음마다 보물상자를 열수있는 기회를 주는 할로윈 이벤트는 대박찬스다. 벌써 4단계여서 식물 하나 해방하는데도 자수정이 200개 넘게 필요한 와중에 단비처럼 보물상자에서 자수정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도 얼른 글을 다 쓰고 걸으러 나갈 궁리중이다. 다음 5단계는 테마가 ‘동물’인만큼 엄청 귀여운 아가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으니,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자수정을 왕창 모아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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