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하고 몰아 쉬는 도심 속의 심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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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따라 읽어보자. 묵었던 숨을 내뱉어지는 되는 발음이다. 숨을 내 쉰 후에야 그간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창백하게 질린 도시, 우리는 얼마나 숨을 참고 살아온 걸까?

 

도시에서 사람들은 느린 걸음으로 걷지 못하고 이유도 모른 채 늘 바삐 걷는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기만 기다리며 여유 한 줌 남아있지 않은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우리 곁엔 집보다 포근한 자연이 있다.

자연에서 태어난 우리는 누구나 자연의 품에 안기고픈 회귀 본능이 있다.

 

아픈 몸도 아픈 마음도 낫게 한다는 가을 숲. 도심 속 심호흡, 숲을 향해 낯설지만 설레는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하나. 피톤치드?

피톤치드(phytoncide)는 나무가 내뿜는 자연향균 물질이다.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보니 우리의 면역력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피톤치드를 마시면 몸의 긴장이 풀리며 깊이 심호흡할 수 있게 해 스트레스지수를 낮춰준다. 동시에 호흡기관이 청소되어 심폐기능이 원활해지니 정신이 맑아진다.

 

 

둘. ‘치유의 숲’

산림욕이 도시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과 여유를 주고, 실질적으로 건강도 증진시키니 산림청에서 직접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곳이 ‘치유의 숲’이다. 서울 근교에 두군데나 있으니 가을을 맞아 떠나는 힐링여행에 제격이다.

 

-가평 ‘잣향기 푸른 숲’

 

이름부터 힐링 가득한 잣향기 푸른 숲은 이름 그대로 늘푸른 잣나무가 5만 여 그루나 심겨있다. 결이 곧은 잣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생각을 비우고 숨 쉬기에 집중해 본다. 고소한 잣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잣나무 숲을 거닐다 보면 운 좋게 잣 송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청설모가 먹고 버린 빈 송이지만)

 

중간에 짧지만 맨발로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신발을 벗고 피부로 땅의 습도와 감촉을 느낀다.

 

-양평 산음 치유의 숲

 

‘산음’이란 산의 그늘이라는 뜻이다. 수줍게 용문산의 그늘을 뒤집어 쓴 산음 치유의 숲은 사람에게 그늘보다 청량한 휴식을 준다. 수가지의 침엽수와 활엽수들 사이로 단정하게 놓인 치유의 숲 길을 걷는다. 숲 길 코스는 원하는 강도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개로 나뉘어 있다. 한 쪽에는 야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넉넉하게 품어주는 숲 속에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느긋하게 걷고, 느긋하게 누워 새 소리, 물 소리, 바람이 숲을 스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며 자연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힐링의 시작이다.

 

 

셋. 도심 속 작은 숲

 

산림욕이니 피톤치드니 아무리 좋다는 걸 알아도 현실적으로 서울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경기도가 가깝다고 하더라도 하루 통째로 시간을 내는 게 어려운 게 현대인이다. 찬바람이 솔솔 불어 마음은 시린데, 겨울이 오기 전에 바깥 공기 좀 쐬고 싶다면 가을 기간 한정으로 만끽할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숲들이 있다.

 

-상암 하늘공원 억새/갈대 숲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늘공원이 있다.

 

뻔한 곳이지만 가본 사람보다 안가본 사람이 더 많은 하늘공원 억새 숲. 맨날 가야지 가야지, 말만 하고 못 갔다면 더 늦기 전에 이번 가을엔 꼭 가기로 했다. 흔히 갈대 숲으로 알고 있는 이곳은 사실 억새숲이다. (축제의 공식 명칭도 억새축제다.) 둘은 비슷한 과/목이긴 하지만 마른 땅에 자라는 것은 다 억새이다. 갈대는 습지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동산에는 자라지 않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바람소리가 크게 들렸다. 전날 비가 조금 내려서인지 물기를 머금은 억새가 바람에 휘어지며 파도같은 소리를 낸다. 소화되지 못하고 명치 쯤에 얹혀있던 묵은 감정들이 씻겨 내려간다.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도 잠시 접어두고 오늘은 그냥 들숨 날숨에 집중한다.

 

 

-서래섬 메밀꽃 밭

9호선 신반포역, 구반포역, 동작역에 내려 도보 10분 거리에 서래섬이 있다.

 

숲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얗게 핀 꽃 밭에 파묻히는 경험은 어디서도 할 수 없다. 가을을 맞아 만개한 메밀 꽃들은 눈송이가 가득 내려앉은 것처럼 새하얗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도 마음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며칠 후인 10월 14-15일 이틀 동안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지역에서 준비한 여러가지 포토존과 체험 프로그램, 공연 등이 준비되어 있으니 심심할 틈이 없겠다.

 

-서울숲 바람의 언덕

분당선 서울숲역과 2호선 뚝섬역 가까운 곳에 서울의 녹지, 서울 숲이 있다.

 

동서울에 사는 나는 서울숲에 여러가지 이유로 자주 가곤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라 하는 곳이 바로 여기. 서울숲에서 가장 높은 곳, 바람의 언덕이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이곳은 사시사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없다.

언덕에 오르면 바로 한강이 널찍하게 보인다. 그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 서있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풍욕(風浴), 산림욕이라는 치유법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숲에 다녀오면 몸과 마음이 개뿐하다.

 

바쁜 삶에서 한 걸음 물러나 수-웊, 하고 심호흡 해보자.

한 번 몰아 쉬는 숨에 모든 게 새로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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