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공(時空)_프롤로그

In Place, Urb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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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어디를 가도 관상 식물과 관엽 식물들로 가득하다. 파릇파릇한 식물의 잎사귀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는 건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하지만 ‘왜 식물을 가져다 놓았나?’ 하고 물어보면 다들 허허실실 웃으면서 ‘그냥, 좋으니까,’ 라고 얼버무리기 마련이다. 식물이 우리에게 정말 뭐가, 어떻게 좋은지, 우리가 식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미지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식물에 대한 모든 것을 식물의 공간으로 들어가 이야기해보려 한다. 더 가까이서, 더 깊이. 아주 개인적인 말들로.

 

 

식물의 공간, 그 안으로

                                                               


  그렇다면 ‘진짜’ 플랜테리어는 뭘까. 플랜테리어는 왜 유행하며 우리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 걸까? 정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는 하는 걸까? 최근 들어 많이 쓰이는 단어 중에 플랜테리어라는 단어가 있다. 짐작하다시피 이는 Plant와 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올라오는 카페들은 대부분 플랜테리어를 예쁘게 해둔 곳이 많다. 각자 다른 의미와 다른 이유들로 플랜테리어를 하지만 사실상 미관을 위해서인 경우가 대다수다. 흰 벽에 녹색 잎사귀 하나만 있어도 (조형적으로)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만 보고 싱그러운 초록빛을 기대한다면 관리되지 않은 벌레 먹은 식물들, 그럴싸해 보이는 조화들에 실망하기 십상이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 청소

                                                               

 

예전에 한 다큐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청소의 힘’)

인간의 발전은 청소의 역사다.

 

 뜬금없는 말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통제 아래 둘 수 없는 자연을 신격화하고, 사랑(!)하며 또한 두려워했다. 자연은 미지였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인간들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되기를 원했다. 울타리를 치고 기둥을 세워 집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벽으로 가로막고 도로를 깔고 산을 무너뜨려 평지를 만드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라는 종(種)은 끊임없이 지구를 뒤덮는 자연으로부터 제 구역을 굳건히 다져왔다.

 인류가 지구에서 한 달, 아니 일주일만 사라진다면 자연(특히 식물)은 인간의 공간을 무차별하게 침범해 올 것이다. 하지만 억울함을 토로할 수도 없는 것이, 지구는 본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이렇듯 인간이 발전한다는 것은 자연에서 분리되기 위해 싸우는 일이었다. 이것은 연약하게 태어난 인간의 생존을 위한 숙명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길고 긴 싸움이 끝나버렸다. 대부분의 통제권이 인간의 손에 들어왔고, 자연을 착취하던 세월도 있었지만, 시대가 흐르며 인간은 결국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이르렀다. 자연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닌 인간이 회귀할 곳, 포근한 집(home)이라는 사실이 상식이 된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녹색이 인간에게 편안함을 준다나 뭐라나)

 

화분 안으로 들어 온 자연

                                                               

 

 반면 오늘 날에 이르러 수많은 도시인에게 자연이란 일상과 반대되는 좋은 의미로 향유된다. 인간의 구역이 아닌 곳을 ‘자연’이라 부르며 일상(도시)를 탈출해 가는 곳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런 시대에 ‘화분’은 우리에게 자연을 대유하는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도시에는 인간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이 멀찍이 떨어져있기 때문에 화분(=식물)을 자연 대신으로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화분 하나만 있어도 마치 일상 밖으로 나온 듯한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다. 식물 하나가 공기정화를 얼마나 하고, 피톤치드를 얼마나 뿜는가, 하는 것과는 상관 없이 그 공간 자체가 달라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맥락으로 플랜테리어가 되어있는 카페 공간을 탐구해보려한다. 내가 (사무실 빼고)가장 많은 일상을 보내는 공간임과 동시에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화분 몇 개가 정말 자연을 대신해 줄 수 있는지,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 식물의 공간으로 들어가 알아보려한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식물과 공생하고 있는지 그 각자의 방법들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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