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공(時空)_3

In Place, Urb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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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연도 통제 하에 두고 싶어하지만, 비단 자연 뿐은 아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오래된 이 욕심은 서로 짓밟고 물어 뜯는 것에도 타당성을 부여한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타인을 해하는 것은 옳다고 칭찬받을 일은 못되지만, 그래도 마냥 비난받을 일도 아니게 됐다. 다들 이해한다는 말이다.

이런 시대에, 하물며 같은 인간끼리도 짓밟으려는 시대에 혼자 역주행하는, 거꾸로 가는 카페가 있다. 성수동의 ‘The Picker’다.

이상한 곳이다. 작물을 팔겠다면서 포장 용품이 하나도 없다. 1회 용기를 줄이자는 말대신 에코백과 유리병을 판다. 채식음식을 팔면서, 본인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 모든 게 결국 우리들을 위해서, 라고 말한다.

 

건강한 땅의 소산을 수확하다

_식물의 공간이자 우리의 공간, 지구

 

‘더 피커’는 은은한 타프가 드리워져 있는 작은 마당이 딸린 좁은 가게다. 그 좁은 공간 안에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겨있다. 한 쪽 벽에 쓰여 있는 ‘건강한 땅의 소산을 수확하는 사람’ 이라는 글자가 어울리는 곳이다. 내부에서는 직접 재배한 사과나 아보카도 따위를 적은 수량으로 판다. 한 켠에 놓인 원통 디스펜서에는 병아리콩, 퀴노아, 치아시드 등도 있다. 이런 건강한 소산물들은 진열용 포장도 없고, 판매용 포장용기도 없이 정직한 가격에 판매한다. 메뉴도 특이하다. 비건 샌드위치, 버거 등 채식 메뉴를 판다.

 

나는 원래 채식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육식주의자다. 우걱우걱) 보통 채식, 하면 동물권을 위한다는 이유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동물권에 대해 말하는 얘기들을 들을 때도 ‘동물원이나 없애지,’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채식이 마음에 와닿아 본 적이 없었다. 건강을 위해서도 싫었다. 고기 먹는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니 일단 입에 맛있는 걸 먹자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근데 더 피커는 좀 다르다. 동물권이나 건강을 위한 채식이 아닌, 자연을 위한 채식이란다. 육류 소비량을 줄이면 그 만큼 탄소발생량이 줄어든다며, 일주일에 한 번만 채식을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더 피커는 절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짓밟지 않는다. 조금의 양보만으로도 많은 게 바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PLANT BASED LIFE

_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기

 

포장용품뿐 아니라 다른 일회용품도 더피커는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카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컵홀더나 빨대, 플라스틱소재가 많이 쓰이는 그릇이나 칫솔까지도 더 피커에서는 소모 이후를 생각한다. 쓸모를 다하고 버려졌을 때 땅을 더럽히는 게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로 만든다. 대나무 칫솔, 빨대, 대나무 펄프와 옥수수 추출물로 만드는 그릇 등이 그것이다.

더 피커의 모든 것은 식물에서 가져와, 다시 식물을 위한 건강한 ‘땅’으로 회귀한다.

왜 이렇게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지, 좀 답답한 마음이 들 즈음에 한쪽 유리창에 붙어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건강한 소비가 만드는 건강한 지구’.

우리가 먹고, 그들이 파는 건강한 땅의 소산은 결국 우리의 건강한 소비로부터 시작되는 선순환인 셈이다. 당장 대나무 칫솔 하나 산다고 지구가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을 구매한 작은 경험이 삶에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식물을 기반으로, 그들과 발을 맞춰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 이러나 저러나 우리가 발 붙이고 살아가며, 소산물을 얻어야하는 이 ‘땅’을 아끼는 방법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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