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시공(時空)_1

In Place, Urb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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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뮬라 / 한껏 펼치다.

                                                               

 

 가로수길의 붐비는 메인 거리를 지나쳐 가정집만 있을 것 같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흰 타일을 길게 깔아둔 뮬라(Mula)의 입구가 보인다. 내가 방문할 첫번째 식물의 공간, 가로수길의  카페 ‘뮬라’다. 한 쪽엔 흰 벽이, 다른 한쪽엔 초록 잎사귀들이 손을 뻗을 걸 보면 인스타용 사진을 찍고 싶지만, 오늘의 본분은 그게 아니니 과감하게 패스하도록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높은 천장이다. 2층 높이까지 뻥 뚫린 천장은 투명한 채광창으로 되어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타프가 은은하게 가려주어 공간엔 나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한 켠에 천장에 닿을 듯 뻗어올라간 아레카 야자는 관리가 잘 되어 파릇파릇했다. 광합성이 잘 되서인지 공간 안의 식물들이 다 활기를 띄고 있다. 관엽식물들도 잎사귀가 윤이 나고, 한구석에 놓인 틸란드시아도 특성에 맞게 에그스톤과 놓여있다.

 

*깨알 상식을 자랑해보자면 틸란드시아는 흙에 심고 물을 주면 안되는 식물이다. 틸란드시아는 공기 중에 있는 소량의 수분을 먹고 살기 때문에 흙에 심거나 물을 주면 과습(過濕)으로 썩어버린다. 그러므로 위 사진처럼 흙없이 마른 돌들과 놓아주는 게 가장 좋다.

 

 사실 이런 카페에 가서 플랜테리어를 한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공기정화’를 이유로 꼽는다. 특히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논란이 많아서인지 식물들이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틸란드시아가 갑자기 인기를 얻게 된 것도 그런 루머가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건 식물을 학대하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우리의 건강에도 안좋은 미세먼지(=공업 찌꺼기)를 좋아라 먹을 식물이 어디있을까.

 식물은 뿌리로도 물을 마시지만 잎사귀에도 물을 빨아들이는 숨구멍이 있다. 틸란드시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식물이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먹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기 중의 먼지가 수분에 딸려오는데 먼지들이 뭉치면서 잎의 숨구멍을 막게 된다. 그래서 가재수건 등으로 잎사귀의 먼지를 닦아주는 것이 식물을 잘 관리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드라마에서 비싼 난을 괜히 닦아주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인다는 핑계로 먼지가 가득 앉아있는 식물을 본다면 헛지식을 전파하지말고 조용히 먼지나 털어주길 바란다. 특히 틸란드시아는 먼지를 솜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디 틸란드시아를 가엽게 여겨주길.

 

 뮬라는 들어갔을 때 바로 있는 본 공간 말고도 1, 2층에 야외공간이 더 있는데, 그 중 1층 테라스가 뮬라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이다.  바로 카페 같은 좁은 공간에서는 잘 키우지 않는 침엽수가 병풍처럼 심겨져 있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 키우는 작은 관상용 나무가 아닌 진짜 야외에 심는 나무다. 이 정도 스케일로 ‘숲’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우리가 식물에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이 신선함이 아닐까 싶다. 일상 속의 작은 리프레쉬. 비슷비슷하던 공간이 새롭게 보이는 것. 뮬라는 이 ‘신선함’을 잘 잡은 식물의 공간이다. 함께 볕을 쬘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에서 우리는 식물의 에너지를 듬뿍 받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따뜻한 차와 (계절과일과 베리가 올라 간)녹차 티라미수를 골랐다. 디저트를 먹어 배가 부르니 노곤노곤했다. 겉옷을 내팽개쳐 둘만큼 공간이 따뜻해 배부르고 등따시니 잠이 쏟아졌다. 활발히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뿜어내는 활기에 기분이 상쾌했다. 잠시 리프레쉬하는 시간을 가지며 기지개를 켰다. 햇볕을 최대한 많이 머금으려는 것처럼 한껏 몸을 펼치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마냥 햇살을 만끽하는 시간은 식물에게나 나에게나 활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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