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반려식물은 처음이지?] 내가 반려식물을 키우(려)는 이유

In Journal, Urb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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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반려식물은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의 일상으로 들어왔다. 얼마 전부터 단번에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두고 조금씩 지쳐가던 중이었다. 예전에 마음이 답답할 때면, 집 근처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가 숨이 가쁠 때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거나, 가로수를 벗 삼아 한적한 거리를 홀로 걸으며 마음을 추스르고는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여유가 줄어들면서 자연은 점점 삶으로부터 멀어졌다. 삭막한 도심과 팍팍한 일상, 그래도 가끔은 자연을 접하며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해서, 찾아봤다. 도심 속 일상,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자연을 만날 수 있을지.

 

계속 검색하다 보니 “반려식물”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들어왔다. 식물을 생의 반려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만들어진 개념인 듯했다.

 

 


 

 

반려식물 붐

 

처음에는 식물을 반려로 삼는다는 생각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함께 산책을 나갈 수도 없는 식물이 반려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반려식물을 다룬 수많은 기사와 글

 

 

내 생각과 달리 반려식물은 이미 하나의 유행이 되어 있었다. 지금이라도 구글 검색창에 “반려식물”을 검색해보자. “(반려식물로) 인기 많은 식물의 매출이 유례없이 증가했다.”, “식물병원, 식물호텔, 스마트화분 등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재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등등 반려식물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수많은 글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려식물 붐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반려식물을 키우는 걸까?

 

(1)반려동물보다 손이 적게 가고 돈도 적게 든다.

(2)사람과 달리 공 들이는 만큼 보답을 해준다.

(3)한없이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을 온화하고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가 말하는 반려식물을 키우는 이유

 

마음 한구석에서 반려식물을 키우고 싶은 욕구가 조금씩 꿈틀거렸다. 그러나 뭔가 부족했다. 이런 이유만으로 반려식물을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적은 돈과 관심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주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돌려주기 때문에 키우는 존재? 그런 존재는 “반려”가 아니며, “반려”라 불러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혼자 살고 말지,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식물을 가져다 “반려”라는 이름 아래,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물론 반려자, 반려동물이라는 이름 아래 학대당하고 버림받는 무수한 존재가 지구 위에 산다는 것을 안다.

 

 

너를 돌보며 나를 돌본다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반려식물은 무엇이며 왜 키우는 걸까? 어디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나만의 의미를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노트북을 덮고 산책을 하러 갔다. 거리를 걸으며, 군데군데 자란 코스모스, 대나무, 이름 모를 잡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물어봤다. 너는 누구니, 너의 의미는 무엇이니?

 

 

 

 

그때 한 생각이 명탐정 코난 속 한 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식물은 어디에도 가지 않으며 주인의 마음에 따라 모습이 뒤바뀐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저 꽃과 나무는 자연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릴 거다. 누군가가 냉혹하게 꺾으면 꺾인 채로, 누군가가 따스하게 돌보면 돌보아진 채로.

 

그제야 반려식물 돌봄의 의미가 명확해졌다. 반려식물 돌봄은 식물에 내 삶의 한 귀퉁이를 내주는 행위이다. 쉽게 변화하지 않는 존재과 함께하기에, 나는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조금 덜 좌절하고 덜 자만할 수 있을 거다. 주인에 따라 죽고 사는 존재와 더불어 살기에, 나는 반려식물의 모습을 보며 지금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테다. 그러므로 반려식물 돌봄은 결국 반려식물이 아닌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고민 끝에 찾은 반려, 커피나무

 

 

반려식물 돌봄의 의미를 찾고 나서, 반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했다. 어떤 식물이 잘 어울릴지 하나하나씩 맞혀보기도 했고, 반려식물 돌봄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커뮤니티에도 가입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의 반려, 커피나무를 만났다.

어느 택배회사 소포 안에 담겨 집으로 오고 있을, 이름도 없고 심어지지도 않은 반려식물을 기다린다. 알 수 없는, 작고 따스한 두근거림을 조금씩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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